안사돈의 고쟁이 속옷
안사돈의 고쟁이 속옷
안사돈의 고쟁이 속옷 친정아버지는 입을만한 옷이 없었다. 한겨울인대도 홑바지에 두루마기만 걸치고 사돈집을 찾아 갔다. 딸을 부자 집으로 시집을 보내놓고, 딸이 잘 사는지 보고 싶어서
안사돈이 바리바리 저녁상을 내왔는데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오랜만에 포식을 했는데. 기름진 음식이 들어간 탓인지 배탈이 나. 뱃속에서 우르릉 쾅쾅 하더니 설사가 났다. 참지 못하고 그만 바지에 실례를 하고 말았다.
허허! 큰일이로다! 어쩔 수 없이, 바지를 벗어 둘둘 말아, 몰래 방문 밖에 내놓았다. 그러나 알몸으로는 잘 수가 없어서, 바지 대신에 두루마기만 걸치고 잤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난처한 일이 터졌다. 망할 놈의 개새끼가 흥흥하고 냄새를 맡아보고 나서 바지를 물고 가버린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바지가 어디 갔나 하고 찾다가, 빨래 줄에 널어놓은 옷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잘됐다 싶어 급한 김에 그걸 걸쳤다.
이때 새벽잠이 없는 안사돈이 마침 고쟁이를 찾고 있었다. 어제 빨래 줄에 널어놓은 것이 안 보여서. 노인은 아차! 큰일 났구나! 얼른 도망가야지 하고 허겁지겁 나오다가 그만 마당에 꽈당 넘어지고 말았다..
안사돈이 보자 하니 자기 고쟁이를 바깥사돈이 입고 있어. 저런! 망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사돈의 거시기가 가랑이 사이로 쑥 하고 삐져나와 있지 않은가? 안사돈이 놀라 "내 고쟁이를 어찌 사돈께서 입고 계십니까?"
바깥사돈까지 나와, 고쟁이 사이로 삐져나온 거시기를 보고 허! 허! 엄동 시한에 귀중한 것을 왜 꽁꽁 얼리고 게시오?" 무슨 창피람? 꼭두새벽에 마당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니 딸까지 나왔다. 이런 개망신이 또 어디 있을까? 친정아버지가 고개를 못 들고 있는데 딸이 아버지를 붙들고 깔깔 웃으며,
"아버지 이제 됐습니다. 아버지 덕분에 저는 팔자가 피었습니다. 가난한 집 딸을 부잣집으로 시집보내려고, 아버지가 저를 위해서 일부러 개망신을 당하시는군요. 고맙습니다.
시아버님 시어머님 제가 소상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실은 저를 부잣집에 시집을 보내려고, 친정아버지께서 비싼 복채를 주고 점을 보셨습니다. 그런데 점궤가 이상합니다. 아버지가 사돈집에 가서, 큰 망신을 당해야 딸이 그 액땜으로 잘 산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망신을 당하시는군요! 아버지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아버지 덕분에 액땜을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돈 내외는 며느리의 말을 듣고 감격하였다. "이렇게 자식 사랑이 지극한 아버지가 세상 어느 천지에 있단 말이요?" 하면서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이어 새 옷 한 벌을 내다주면서 "사돈어른, 걱정 마십시오. 우리 며느리 행복하게 잘 살도록 해 주겠습니다. 이런 훌륭한 아버지를 둔 딸이니 부잣집 며느리 감으로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니 잘 살 것입니다. 염려 마십시오.“
출가외인 딸의 순간적인 재치로 친정아버지를 위기에서 구한 아름다운 미담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