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타령 한 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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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령’이란 말이 나쁜 말이 아닌데 ‘돈타령’ ‘술타령’하면 좋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마치 ‘판’이라는 말이 천하게 쓰여 굿판’ ‘투전판’‘정치판’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먹어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스무 살 때에는 마흔 난 사람을 늙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80대가 되어 40대를 보면 “아직 젊었다”고 깔보게 마련입니다.
‘건강 백세’라는 말이 근년에 유행어처럼 나돌지만 부질없는 넋두리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불행한’ 노인들을 가끔 봅니다. 가까운 노인 중에 100세를 넘은 할머니가 한 분 계셨습니다. 마지막 몇 해는 요양병원에 누워계시다 돌아가셨습니다. ‘백세는 사시겠습니다“라는 젊은 후배들의 인사나 축원은 오히려 '욕'입니다. 그 옛날에는 회갑이 장수의 상징적 나이였을 것입니다.
공자님이 일흔 두 서넛 되기까지 사셨다는데, 80까지 사신 부처님이나 공자님이 장수의 표본이셨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백세 넘은 노인들이 몇 만 명이나 된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앞섭니다.
왜? 80이 넘도록 살면서, 오래 산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를 내가 잘 알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70이 되어 세상을 떠나신 나의 어머님이나 누님이 행복한 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명한 문학평론가이던 나의 12년 후배가 벌써 여러 달 병원에 혼수상태가 되어 누워있다는 소식이 내 마음을 슬프게 합니다.
친구가, 후배가, 제자가, 늙은 나를 두고 먼저 가다니! 아름답다고 느끼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괴롭다고 생각됩니다. 너무 오래 살아서 미안합니다.
출처/ 김동길닷컴.
◆떠돌다 찾아올 '나'를 기다리며...
노인이 말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노인은 현자, 마법사와 함께 강가에 앉았다. 그리고 그들은 기다렸다.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를 잊어버린
내 안에 많은 것들이 주어져 있음을. 알지 못한 채 긴 세월을 보냈다는 것을. 아직도 긴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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